생각 정리

뼈를 때리는 이야기 속 모순, 의도인가 실수일까?

대왕날치 2023. 5. 1. 23:23

https://youtu.be/2A6auW1Uz4U

 
 
"세입자는 선, 집주인은 탐욕스러운 자본주의의 돼지새끼들" 이라는 인식에 대한 비판 영상이다.

그러한 인식에 문제가 있다는 점, 바로잡혀야 할 것이라는 점에는 명백히 동의한다.
 
하지만,
 

지방에 전세끼고 집 몇 채 소유한 빈약한 다주택자
vs
청담동에서 20억짜리 전세 사는 우량한 전세 세입자

 
라는 비교를 예시로 근거로 사용한 것은 매우 어설펐다.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반대의 예시가 항상 유효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해당 유튜버의 비판 대상인 사람들은 '모든 세입자들이 빈약하고 모든 다주택자들이 우량하다' 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반대인 경우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영상속 주인공은 상대방이 '항상 세입자가 빈약하다'는 주장 하는 것처럼 위장한 뒤, '반대의 경우도 있잖아?' 라며 자신의 주장을 펼치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모순을 '허수아비 공격의 오류' 라고 한다.
 
둘째, 반대의 예시라도 유의미한 비율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세입자가 우량한 경우' 및 '다주택자인데 빈약한 경우' 가 너무 적지는 않아야 한다. 어느 정도가 유의미한지 정해져있도 않고 경우에 따라 다르다. 반박하고자하는 주장이 '절대 OO하지 않다' 식이라면 모를까, 그게 아니라면 한 자리수 대 % 수준의 예시로는 유의미함을 입증하기에 너무 빈약하다. 실제로 전국의 세입자들 중 우량하다고 볼 수 있는 비율이 얼마나 될 지는 따로 찾아보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셋째, '부유하면 나쁘다'는 모순된 전제를 기반으로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항상 '세입자는 선, 집주인은 악'은 아니라고 주장하기 위해, '돈 많은 세입자, 가난한 집주인도 있다'는 주장을 하였다. 이것은 '돈이 많으면 악, 가난하면 선' 이라는 전제가 '참'이어야 말이 된다. 그런데 그 전제는, 영상에서 비판하고자 하는 '세입자는 선, 집주인은 악' 이라는 생각의 전제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전제는 잘못된 것이 맞다. 잘못된 전제에 기반한 주장에 반박하려면 그 전제를 그대로 사용해선 안 될 일이다.
 
 
 
 
시원하게 뼈를 때리는 듯한 영상 속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그 논리의 허술함을 인식하게 되니 여러 생각이 든다. 어쨋든 표면적으로는 헛점이 드러난 것은 맞다. 그런 부분들이 보였다고 해서, 이유를 이렇게 정리해놓고 뿌듯해하며 넘어갈 일은 아니다. 이게 실수나 잘못이 맞는지, 의도된 것인지, 실제로는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등등 생각해 볼 요소는 무한하다. 
 
어쨋거나 저 친구도 유튜버다. 다른 유튜버들 보다 훨씬 논리적이고 옳은 말만 한다는 컨셉이다. 그럼에도 호응과 이목을 끌어야만 살아남는다는 생태적 특성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 싶다. 완전 무결한 얘기만으로는 임팩트나 흡입력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것을 스스로도 어느 정도 알고 있진 않을까 싶다.
 
저 정도가 저 친구의 논리적 한계라는 또다른 시나리오도 있다. 어설프다고 얘기했던 이유 세 가지는 누구나 쉽게 알아차릴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용감하게 쎈 소리 하는 습관이 완전히 배인 상태, 그런 습관에 의해 사람들의 관심과 이목을 단기간에 받게 되어 뽕에 취해 있는 상태라면 충분히 놓칠 수 있을만한 부분이다. 평소였다면 알아챌 수 있지 않았겠냐고 볼 수도 있겠지만, 저런 특수한 상황에서 그러한 미흡을 보인다는 것 자체가 진짜 한계라고 볼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완전히 반대의 내용이다. 이미 모든 것을 다 알고 전략적으로 행동하는 것일 수도 있다. 어차피 저 정도 헛점이야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지도 못할 것이고, 오히려 시원하게 뼈 때리는 모습을 잘 보여줄 수만 있다면 무엇이 대수겠냐는 판단을 이미 다 한 채 움직이고 있는 것일 수 있다. 이게 사실이라면 상당히 똑똑하고 유능한 친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