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정리

매국이 국익입니까?

대왕날치 2023. 4. 20. 01:18

'매국이 국익입니까?' 나는 이런 식의 문구가 싫다. 
 
 
 
 
현 정권이 추진중인 정책이나 태도를 비판하려는 목적의 현수막이다. 그래서 현 정권의 행동을 '매국'이라고 단정하였다. 물론 이 단정은 거짓이 아니어야 한다. 그래야 '매국이 국익이냐?'는 질문을 통해 비판하는게 말이 된다.
 
그 단정이 '참'이라고 어느 한 쪽은 주장하겠지만, 다른 한 쪽은 '거짓'이라고 할 것이다. 어느 쪽 말이 맞는지 우선 판가름이 나야 한다. 그래서 '매국' 맞다고 빼도 박도 못하게 까발려져야 한다. 하지만 '저건 매국이야' 라는 단정만 가지고 '그러니까 쟤네들 행동은 잘못되었어' 라고 현수막은 말하고 있다. 매우 큰 오류다.
 
저런 문구를 본 사람들 상당수는 '매국'이라는 단어를 보는 것만으로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부정적 감정을 무의식중에 가지게 된다. 그런 감정을 사람들 머리속에 심어주는 게 저 현수막의 목적이다. 저런 트릭에 속아넘어가는 사람이 얼마나 되느냐가 정치 의식 수준, 넓게는 사고력 측정 잣대 중 하나다.
 
 
 
 
 
한편, 현실적인 측면도 생각해봐야 한다. 현수막이라는 매체를 통해 할 수 있는 행위는 고작 글자 몇 개 박아넣는게 전부다. 뭐가 어쩌고 저쩌고 구구절절 설명할 수 없다. 10자 남짓으로 최고의 효율을 이끌어 내야 한다. '최종 한 마디'만 적을 수 있기에, 그에 앞서는 나머지 내용들은 단정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
 
정치라는 것은 더 많은 지지를 얻어내는게 현실적인 목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우리 편을 많이 확보해야 한다. 단정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때, 그걸 유리한 쪽으로 최대한 활용하는 건 당연하다. 현수막 내용에 논리적 모순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마냥 불편해 하는 것도 바람직한 태도는 아니다.
 
 
 
 
 
그래서 결론이 뭐냐? 현수막 같은 매체에 앞부분 다 생략/일축하고 결론만 딱 적혀있을 때, 그걸 보고도 휘둘리지 않을 만큼의 수준에 다다르는 것. 그렇게 되면 문제는 사라진다. 물론 현 시점엔 실현 불가능한 이론상의 얘기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