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정리

'참을 만해서'는 사실 채찍이다

대왕날치 2023. 4. 27. 16:24

책 <시작의 기술> 48p에 다음과 같은 문구가 있다.

 

유튜브 채널 <드로우앤드류> : https://youtu.be/lzb-0y3qDbI

 

바뀌지 않는 자, 결심을 실천하지 않는 자의 뼈를 때리는 얘기다. 

 

현재의 삶이 만족스럽지 않다고 느꼈기 때문에,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변화를 주기로 마음먹었을 것이다. 하지만, 실천이라는 더 큰 고통을 감수하며 사느니, 만족스럽진 않지만 그대로 안주하며 게으름을 피우는 게 더 낫다고 많은 사람들이 판단한다. 책에서는 이 상태를 가리켜 '참을 만하다' 라고 표현했다.

 

결심은 공짜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무엇을 해야겠다 생각하고 결심하기, 실천하지 않는 자기 자신을 볼 때 들게되는 자괴감 극복하기, 현실 안주라는 선택에 대해 합리화하기 등 결심과 관련된 다양한 것에 시간과 에너지가 소모된다. 때문에, 참을 만해서 실천하지 않을 것이면서 결심을 계속하는 것은 낭비다. 정말 참을 만한게 맞다면, 굳이 그럴 필요 있을까? 어째서 이런 낭비를 멈추지 못하는 것일까?

 

참을 만해서 그대로 머무른다는 게 정말 사실일까?

 

'참을 만해서' 라는 이유는 엄밀히 말해 사실이 아닌 것 같다. 독자들을 자극하기 위한 채찍이다. 저 얘길 듣고 한 명이라도 스스로를 한심하게 느껴서 실천을 하게 된다면 작가의 의도가 실현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만족스럽지 않다는 이유로 온갖 결심들을 하면서도, 그런대로 참을 만하다는 듯 안주하는 모습. 이 두 가지 태도가 만드는 모순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두 가지 정도 가설이 떠오른다.

 

 

 

 

하나 : 판단의 주체가 달라서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결심은 '생각'의 결과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재미있고 좋아하는 것만 하며 살고 싶은 욕망이 있다. 그런 것들을 참고 힘들고 어렵고 괴로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을 '머리'로 깨닫는다. 머리는 당장의 고통이라는 투자를 통해 더 나은 미래를 보장 받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을 한다. 그래서 '결심'이라는 것을 한다. 

 

먼 미래가 아닌 지금 당장의 편함의 손을 들어주는 쪽은 '감정'이다. 감정은 미래에 있을 일보다는 지금 이 순간의 상태에 훨씬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지금 당장 편한 쪽을 선호한다. 그래서 실천보다는 그대로 머무르는 쪽을 선택한다.

 

'결심' vs '현실 안주'.

 

서로 상충되어 보이는 이 두 가지 결정이 사실은 상충되는 것이 아니다. 결심은 머리가 하고, 현실 안주는 감정이 부추긴다. 하나의 인간 안에 머리와 감정이라는 두 가지 결정권자 존재하는 것이다. 하나의 결정권자가 서로 다른 판단을 내렸다면 모순이 맞다. 하지만, 머리가 내린 판단과 감정이 내린 판단이 뒤섞인 지금의 상황은 결코 모순이 아니다.

 

 

 

 

둘 : 본능을 거스르지 못해서

 

앞서 언급한 '머리'와 '감정'의 구별 없이 하는 얘기다. 사람은 지금 당장 누릴 수 있는 가치를 가장 높게 여긴다. 예를 들어, 지금 당장 식사 한 끼와 5년 후 식사 한 끼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대부분 지금 당장을 선택한다. 심지어 미래에 있을 혜택이 더 크더라도 지금 당장의 혜택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이것은 인간의 본능에 의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인류는 언제 죽을지 모르는 운명을 가진 채 수 만년을 살아왔다. 먼 미래에 대해 고민하던 자와 지금 당장 살아남는 것에 치중했던 자 중, 누가 더 후대에 자손을 많이 남겼을까? 어떤 성향이 본능으로 자리잡았을지는 당연하다.

 

하지만, 우리는 그 본능이 거의 무의미해진 세상에서 살고 있다. 비만이나 쓰레기 걱정을 해야할만큼 세상은 충분히 풍로워졌고, 특별히 목숨을 위협하는 요인도 없다. 장기적으로 이로운 판단과 행동이 더 가치를 가지는 세상이 되었다. 하지만 인간은 선조들로부터 물려받은 본능 때문에, '지금 당장의 편함'이라는 유혹에 항상 시달리고 있다.

 


 

 

결심을 실행에 옮기지 않는 이유에 대해 생각을 정리해 봤다. 적어놓고 보니 서로 완전히 무관한 얘기는 아니다. 후자의 의견이 좀 더 맞을 것 같다.

 

책에서 이야기 한 '참을 만해서' 라는 것은 진정한 이유가 아닌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천하지도 않을 결심을 왜 자꾸 반복하는가?' 라는 질문에 답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사람들에게 자극이 될만한 좋은 채찍으로썬 충분한 가치가 있어 보인다.

 

나라면 사람들에게 '어이~ 살만한게 봐?' 라는 얘기 보다는, 다음과 같이 얘기해줬을 것 같다.

당신! 지금 본능한테 속아 착각하고 있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