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정리

저지른 자와 욕먹는 자 (feat. 미세먼지)

대왕날치 2023. 4. 14. 01:53

https://youtu.be/68kwVzNXxCI

 
https://youtu.be/Qy4ZExowuF4

 
이 유튜브 영상에는 수많은 댓글들이 달려있다. 내용 자체는 다양하고 제각각이다. 하지만 미세먼지 이슈에 대한 입장은 하나로 모아진다. 그 입장을 뒷받침하는 공통된 논리가 있다. 문제는 이 논리에 오류가 있다는 것이다. 이 오류가 무엇인지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다.
 
이 영상을 만든 제작자에게는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다. 하지만 그 메시지는 잘 전달되지 못했다. 이 글에서 설명하고자 하는 그 오류 때문이다. 제작자가 오류에 빠져 있던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그 오류에 빠져 있었고, 제작자는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그게 메시지 전달이 실패한 이유다.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한마디로 이렇다.

미세먼지는 중국만의 잘못이 아니다.

 

 
영상에선 '탓'이라는 표현이 사용되고 있다. 상당히 모호한 표현이다. '미세먼지를 주로 발생 시킨다'는 뜻인지, '미세먼지에 대한 비난을 받을 대상'이라는 뜻인지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세먼지 발생 = 비난 받아 마땅> 인데 구분하려는 이유가 뭐지? 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중에 그 둘을 다르게 취급하고 있다. 이 글을 끝까지 읽어보면 무슨 얘긴지 이해가 될 것이다.

확실한 구분을 위해 '~이/가 발생시킨다' 와 '~의 잘못/책임이다' 로 나누어 얘기하겠다.

 
 
 
미세먼지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대체로 이러하다.

미세먼지는 중국의 잘못이다.

 
미세먼지가 중국에서 발생한다고 알고 있기 때문에 생긴 인식이다. 그래서 영상 제작자는 '한국도 미세먼지를 어느 정도 발생시킨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다. 그 메시지가 잘 전달된다면 사람들의 인식도 바뀔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잘못도 있겠네"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영상을 본 사람들의 반응은 의외였다. 미세먼지가 한국에서도 발생한다는 내용에 크게 반발하진 않았다. 하지만, 잘못은 중국에게 있다는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 각각은 괜찮은데 더해지면 문제다.
예를 들어 보자. 다음과 같은 주장이 실제로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25만큼의 미세먼지는 큰 문제없이 지낼만해요. 그런데, 여기에 중국꺼 25가 더해져 50이 되면 문제가 됩니다. 그래서 25만큼 증가시키는 중국이 잘못한거죠."

 
둘째, 상대가 유발한 피해를 어째서 내가 받아야 되냐.
이것도 예를 들어 보자.

"많이 양보해서 우리나라가 30이라고 하고 중국이 20으로 얼마 안된다고 칩시다. 그렇다 한들 중국이 만든 미세먼지를 어째서 우리가 고스란히 들이마셔야 합니까. 이건 중국 잘못 아닌가요?"

 
내용은 다르지만, 모두 동일한 원칙에서 나온 논리다.

내가 입은 피해의 책임을 물을 때,
내가 유발한 부분은 제외시킨다.

 
심각한 오류다. 하지만 누군가는 고개를 갸우뚱 할 수도 있다. 쉬운 이해를 위해, 자동차 사고를 예로 들어보자.
 
교차로에서 나와 상대방 모두의 신호위반을 했다. 그리고 교통사고가 났다. 내가 유발한 행동은 비난 대상에서 제외시킨다는 논리를 적용시켜보자. 신호위반을 양측 모두 하였으나, 비난의 화살은 상대방의 신호위반 행위에만 날려야 한다.

"나만 신호위반을 했더라면 좀 아슬아슬 하긴 했어도 사고까진 안났을거야. 근데 상대도 신호위반을 했어. 그래서 사고가 나버렸군. 그렇기 때문에 신호위반을 한 상대방이 나쁜거야"
"많이 양보해서 내가 심각한 신호위반을 했고, 상대는 좀 애매한 신호위반 했다고 치자. 근데 난 그것 조차 억울해. 상대방이 한 신호위반의 피해가 왜 나한테 오는 건데?"

 

교통사고 예시는 누가 봐도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할 것이다. 양쪽 모두가 유발한 행동에 대해선 책임 역시 양쪽 모두에게 있음에 동의한다는 의미다. 적어도 교통사고에 대해서 만큼은 말이다.
 
하지만, 미세먼지에 관해서만큼은 '누가 발생시키는지' 와 '누구를 비난할 것인지' 에 대해, 사람들은 동일한 기준으로 판단하지 않고 있다. 아니 어쩌면, 동일한 기준으로 판단하지 않다는 인식 조차 없다고 보는게 더 정확하다.
 
이게 바로, 글 초반부에 언급했던 오류다.

대부분 사람들이 이 오류에 빠져 있기 때문에, 영상 제작자가 '한국도 미세먼지 발생시켜요' 라는 팩트를 아무리 알려줘도, 사람들의 반응은 차가웠던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오류에 빠지는 이유에 대해, 어느 정도 짐작되는 포인트가 있다. 관련해서 좀 더 생각 정리 후, 따로 글을 써 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