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가격 안정의 일등공신 다주택자

얼마전까지 집값은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았다. 그러다가 요즘엔 전세사기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그만큼 부동산은 몇 손가락 안에 드는 사회적 핫이슈다.
 
집값 관련하여 다주택자에 대한 비난 여론이 있다. 다주택자들의 탐욕이 집값과 전월세 가격 상승을 부추겨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다주택자들에 대한 규제 강화를 환영한다.
 
물론, 여기에 반박하는 의견도 있다.

다주택 소유를 어렵게 만들면, 전세 매물이 나오겠나?
전세 매물이 줄어들면 전세는 오르게 된다.
따라서 다주택자들이 많아야 전세가가 안정된다. 

 
처음 들었을 땐 완전히 맞는 얘기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렇게나 명쾌하게 어느 한 쪽이 옳고 다른 한 쪽이 그른 상황은 잘 없다. 그래서, 다시 한번 전체적으로 점검은 해 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주택자가 많아야 전세가 안정된다'는 주장은 그 반대인 '다주택자가 없으면 전세가 오른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전제는 상당히 맞는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 반대 내용도 참이라고 할 수는 없다. 다주택자가 많으면 전세가 안정될 '수' 도 있는 것이지, 반드시 안정된다고 볼 순 없다. 자전거가 없으면 운동을 못하는 것은 맞지만, 자전거가 있다고 해서 운동을 꾸준히 할 것이라는 보장되진 않는 것처럼 말이다. 이것을 전건 부정의 오류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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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듣는 사람의 판단력을 흐리는 '전건부정의 오류'

 
또 다른 관점에서 볼 수도 있다. 다주택자가 집들을 싹쓸이하고 비싼 가격에 임대를 주는 것은 문제 맞다. 그리고 다주택자가 많아야 공급이 많아진다는 것도 가능은 하므로 일단 맞다고 가정하자. 두 주장이 상호 배타적이라면 어느 하나가 참일 때 다른 하나는 자동으로 거짓이 된다. 철수가 남자라는게 증명되면 철수가 여자라는 주장은 자동으로 거짓 판명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두 주장은 상호 독립적이다. 그래서 전자 후자가 동시에 맞는 얘기일 수도 있다. 다주택자가 매물 공급을 많이 한다고 주장해봤자, 다주택자가 임대료 상승에 영향을 미친다는 비난에 반박하는 데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전거는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을 통해, 자전거가 위험하다는 주장에 반박하려 하는 것과 비슷하다. '거짓 딜레마 오류' 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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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정의 허약 : 거짓 딜레마, 배제 된 중간, 거짓 이분법, 분기

 
 
결론을 내려보자. '다주택자는 전월세 가격 폭등을 부추긴다'는 비난에 대해, '다주택자가 많아야 전세가가 안정된다'는 주장을 들이미는 것은 유효하지 않다. 내용 자체가 논리적으로는 옳더라도, 다른 주장에 대한 반박에 항상 사용될 수 있진 않음을 잘 보여주는 예시다. 옳고 그름을 따져볼 때 실수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써야 할 부분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