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정리

누군가의 실무가 누군가에겐 관리

대왕날치 2023. 4. 8. 22:09
실무를 알아야 관리를 할 수 있다.
모르면 실무부터 해라.
적어도 관리할 수 있을 만큼은 알아야 한다.

 
이런 얘기를 하면, 주로 듣게되는 반박 두 가지. 

"큰 일(사업) 하는 사람 중, 실무 아는 사람 아무도 없다."
"그 정도로 알고 있으라는 것은 실무자 하라는 얘기 아닌가?"

 
쉽게 말해, '이건희 회장이 사옥 청소 절차 따위를 알아야 하겠냐, 알고는 있겠냐'는 얘기다.
 
이런 얘기를 들었을 때 주로 드는 생각 : 
'이 친구는 관리자 될라면 멀었구나. 실무좀 충분히 더 해야겠네.'
 
이렇게 착각하는 이유가 무엇일지 정리해본다.
 
 
 
관리도 능력이 뒷받침되야 할 수 있다. 관리는 지시하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요소를 종합해 최선의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관리다. 결정 사항을 실행에 옮기는 과정에 '지시'라는 단계가 있을 뿐이다. 많은 초보자 관리자들이 지시하는 행위를 관리라고 착각한다.
 
최선의 의사결정은 판단력만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해당 분야에 대한 이해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실무를 알아라'는 것도 이 이해를 의미한다. 이해가 없다는 건 관리할 능력이 없다는 얘기다.
 
 
 

관리와 실무는 상대적인 개념이다. 능력 / 경험 / 맡은 내용에 따라, 누군가에겐 관리인 일이 다른 누군가에겐 실무가 된다. 사원에겐 팀장이, 팀장한텐 본부장이, 본부장에겐 사장이, 사장에겐 회장이 관리자다.
 
회계라는 말을 처음 듣는 사람은 사원이 되서 엑셀부터 배워야 하고, 계열사 사장들 주무를 수 있는 사람은 회장을 맡아야 한다. 회장님은 엑셀을 몰라도 사장들을 관리할 수 있지만, 과장님은 엑셀을 알아야 사원들을 관리할 수 있다.
 
 
 
 
실무를 알아야 한다는 말은 <판단이 가능할 만큼 이해해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위의 반박처럼 관련 분야의 정보 달달 외우고 있으라는 뜻으로 곡해(잘못 해석)하는 경우도 있다. 관리 능력이 낮을 수록 곡해는 더 심해진다. 예를 들어, 부장/차장보다는 과장이 회장님 놀이에 빠지기 쉽다는 얘기다.
 
한편, 이러한 곡해가 단순히 관리 능력의 부족 때문만은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실무 할 필요 없다' 결론을 미리 정해놓고 정당화 할 수 있는 명분을 찾는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 실제로 많이들 범하는 유형의 오류라서 가능성이 없진 않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