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정리

잘못에 대한 합리화 : 다 큰 어른들도 쉽게 저지르는 오류

대왕날치 2023. 5. 16. 08:35

잘못을 저질러 놓고 합리화를 시도하는 경우를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다. 합리화 유형은 크게 두 가지다.

'상황상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잘못이 아니다. 합당한 선택이었다.'
 
전자는 그나마 인정은 하는 것이다. 다만 노력은 했으나 외적인 요인에 의해 어쩔 수 없이 그러한 결과가 나왔다. 굳이 잘못을 따지자면 외부 요인 탓이라는 얘기다.
 
후자는 잘못을 완전히 속이겠다는 것이다. 판단한 기준이 완전히 틀렸고, 제대로 된 기준을 적용하면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다. 이 경우, 잘못은 아예 존재하거나 성립하지 않게 된다.
 
후자에 해당하는 다음 사례를 보자.
 
https://youtu.be/W_DqIaIMJ-E

유튜브 '드론라이더' 채널의 '자전거 블랙박스' 시리즈

 
영상 썸네일만으로도 상황 파악은 충분히 될 것이다.
 
위협 운전이 있은 후, 영상 속 주인공은 신호 대기중인 버스 기사에게 항의했다. 돌아오는 답변은 '자전거가 왜 차도로 다니냐' 였다.
 
자전거는 기본적으로 자동차와 동일한 취급을 받는다. 그래서 차도 주행이 가능하다. '차도 옆에 자전거 도로가 있으면 차도 주행 불가'라는 예외적인 조항들이 있긴 하지만, 영상 속 장소는 자전거 도로가 없다.
 
설령 자전거 도로가 옆에 있었다 한들 달라질 것은 없다. 다음 질문 하나면 게임 끝이다.
 
"차로 위반을 한 자에게 위협을 가하는 것은 정당한가?"
 
버스 기사는 명백히 '위협 행동'을 했다. 그리고 자신의 행동에 대해, '너 왜 찻길로 다니는데?' 라고 합리화했다. 그렇지만 차도로 주행한 자전거를 위협하는 것이 정당화되는 명분은, 이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버스 기사의 이런 치사한 행동 탓에 자전거 운전자는, 위협 운전에 대한 항의는 커녕, 자전거의 차도 주행과 위협 운전 사이엔 아무런 연관이 없다는 주장을 해야할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이게 대체 무슨 시츄에이션인가.
 
관련 없는 내용을 그럴싸하게 가져다 붙여 합리화하는 것은 매우 치졸한 태도다. 경우에 따라 잘못 자체보다 더 큰 잘못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이런 식의 합리화를 끊임없이 시도한다. 유심히 살펴보면 생각 이상으로 만연해 있다. 아이들은 물론 다 큰 어른들조차 습관적으로 그렇게 행동한다. 심지어 자신의 합리화가 모순이라는 것을 인지하는 경우도 드물다.
 
머리가 좋아야 알아챌만큼 복잡하거나 어려운 내용이 아니다. 그럼에도 스스로 깨우치지 못하는 이유, 계속 반복되는 이유가 있다. 지금까지 이런 내용에 대해 교육받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어째서 교육 부재 탓이라는 건지 의문이 들 수 있다. 성인 정도 지능이면 충분히 가능할텐데 말이다.
 
자신의 잘못과 관련된 내용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신에 대한 부정에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설계된 존재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자기 변호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충분한 지능을 가졌음에도 그 지능을 스스로 활용하지 못한다. 그리고 자신의 잘못에 대해 말도 안되는 변명을 끝없이 늘어놓고, 문제가 없다고 진심으로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