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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횡단보도 중간에 멈쳐서게 되었는가

대왕날치 2023. 6. 12. 21:07

보행신호 바뀐걸 뒤늦게 알아차려서 횡단보도에 애매하게 걸쳐선 차량이 있었다. 길을 건너는 내내 해당 차량 운전자를 기분 나쁘다는듯 계속 째려보던 어떤 아저씨를 보고 든 생각이다.

 

보행자 신호 초록불인 횡단보도에 정지해있는 차량 운전자가 잘 한 부분은 하나도 없다. 하지만 그에 대한 비난을 하려 한다면, 어떤 상황들이 선행됐었는지 알아야만 한다. 핸드폰 보다가 그랬을 수도 있고, 앞차가 갑자기 멈춰서 그렇게 됐을 수도 있다. 빨리 출발하려고 정지선을 넘어간 것일 수도 있고, 보행신호를 볼 수 없는 상황이었을 수도 있다. 잘못의 정도나 비난받아 마땅함의 정도는 상황마다 다 다르다.

고속도로에서 광란의 질주를 한 운전자와 휴게소에서 노부부를 태우지 않고 떠나버린 버스를 따라잡기 위해 과속을 한 운전자는 과속이라는 똑같은 잘못을 하였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극과 극인 것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사실, 나는 그 차량이 어떻게 해서 횡단보도 위에 걸치게 되었는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길을 건너던 그 아저씨가 생각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어떤 잘못이 발생했을 때, '잘못이냐 아니냐'라는 단순한 기준으로만 봐선 안된다. 잘못의 정도나 의도를 감안하지 않은 비난은 그거대로 또다른 잘못이다. 

 

반응이 과하다는 피드백을 들었을 때 '그럼 저게 잘 한 행동이라는 거냐' 고 얘기하는 경우가 많다. '잘못의 정도'에 관한 언급을 '위법 여부'에 대한 얘기인 것처럼 마음대로 바꾸어, 자신의 반응이 정당했다고 합리화하는 오류다.